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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청년기고> “혹서기, 무더위보다 집이 무서운 아이들”(2018.08.06)

등록일2018.11.07 조회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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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고] “혹서기, 무더위보다 집이 무서운 아이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북부아동옹호센터 김승환 팀원


‘신혼부부희망타운’ ‘청년우대형 청약통장’ 지난 한 달 간 대한민국의 주거정책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이슈화됐던 용어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5일 저출산과 청년주거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 보다 더 강화된 신혼부부와 청년 주거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청년,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부의 이번 정책은 향후 대한민국의 주축이 될 세대에게 큰 힘이 되는 정책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 반하여 노인독신가구, 중장년층은 소외를 받고 있다며 정부의 주거사다리 정책을 비판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을 환영하는 세대, 그것을 비판하는 세대 그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세대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불리지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아동’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7조 3항에서 “국가는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 혹은 보호자를 돕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가져야 하며, 특히 영양과 옷, 주택과 관련된 경우 필요시 물질적 지원과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도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 국가 중 하나이지만, 여전히 아동주거의 책임은 온전히 부모에게 있으며 아동의 생존과 안전 보장을 위해 당연히 지켜져야 할 권리가 아닌 부모의 재산과 능력에 따른 결과로 여겨지고 있다.


필자는 현장에서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매일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며 살아가는 아동들을 만나는 사회복지사이다. 필자가 만났던 아동 중 한 명의 이야기를 간단히 하고자 한다. 이 아동의 집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다세대 판넬주택이다. 아이는 혹서기 무더위를 온몸으로 흡수하는 슬레이트 지붕 아래 방 한 칸에서 어머니와 함께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에어컨은커녕 찬물로 샤워를 하기 위해서는 변기를 포함한 1평 남짓 화장실에서 몸을 구긴 채 샤워를 해야만 했다. 더 이상 집안에서 여름을 보낼 수 없던 아동은 여름 내내 해가 지기 전까지 더위를 피해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장마철에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야했고 개구리와 뱀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2015년을 기준으로, 대한민국에서 94만 4천명의 아동이 최저주거기준 이하의 주거빈곤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는 전체 아동 중 9.7%에 해당하는 숫자로 대한민국 아동 10명 중 1명은 주거빈곤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거빈곤을 ‘넉넉히 살기엔 좁은 집’, ‘오래되어 노후 된 집’ 등 주택 문제만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주택 이외에도 고시원, 여관·여인숙,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가건물 등에서도 8만 7천 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다. 이렇게 덥고 축축하고 어두운 방에서 매일 아침을 맞는 아이들은 열악한 주거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건강, 나아가 안전과 생명까지도 위협받으면서 생애의 첫발을 내딛고 있다. 좁은 단칸방에서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도 여전히 많다. 임대료 체납으로 인해 언제 길거리로 내몰릴지 모르는 아이도 있고, 고시원, 여관·여인숙에서 임대인이 나가라고 할까봐 한창 뛰어다니며 놀 나이에, 큰 소리로 말하지도 못하고 숨소리까지 죽이며 사는 아이도 있다. 소득에 비해 과도한 임대료가 식료품 소비뿐 아니라 아동의 미래를 위한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11월 ‘주거복지로드맵’을 시작으로 저소득 아동에 대한 주거복지 지원강화를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2014년 ‘집으로’ 캠페인을 시작으로 아동주거빈곤에 대한 연구와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각계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한 끝에 2018년 2월 경기도 주거기본 조례 개정안을 통해 ‘아동주거빈곤’ 용어가 등장하게 됐고, 아동주거빈곤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을 위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처럼 아동주거빈곤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노인과 청년의 주거정책에 비해서는 사회적인 관심과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사회의 성숙한 시민으로서 아동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적절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를 지켜줘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렇기에 아동주거빈곤은 모든 주거정책 중 가장 우선시 다루어져야한다. 정책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정책은 사회구성원들의 지지와 관심으로부터 시작할 때 완성된다. ‘집’이란 더위, 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위해 지은 건물을 뜻한다. 그러나 무더위보다 집이 더 무서운 아이들에게도 집이 그러한 의미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동이 안전한 환경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을 때까지, 국가와 어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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